〈시루의 추락, 내면 자아의 귀환〉


나는 20층 고층 아파트.
이상하게 비현실적인 구조 속에,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.
거실과 연결된 넓은 베란다, 복도 끝의 또 다른 베란다. 구조로 된 집이 었다.
주방에선 여자친구와 낯선 여성이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,
그 장면은 이질적인 평온함으로 나를 덮고 있었다.
무심하게 바닥에 떨어진 양념치킨 뼈를 발견한 나는
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어 들고,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.
그 순간,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.
우리 집 강아지 시루가 그것을 따라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린 것.

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,
심장이 뚝 떨어지는 듯한 절망에 휩싸였다.
목구멍에서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지만,
현실인지 악몽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.
하지만 창밖을 다시 바라본 순간,
시루는 살아 있었다.
피투성이가 된 채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.
나는 복도 쪽 베란다로 달려가 소리쳤다.
“시루야! 살아있어!!”

여자친구는 처음엔 반응하지 못했다.
나는 거의 울부짖듯 말했다.
“시루가 뛰어내렸어! 하지만 살아 있어!”
그제야 그녀도 눈을 부릅뜨고 오열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.
그 순간, 나는 현실도, 꿈도, 고통도 경계를 잃은 채
단지 시루를 다시 안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.
1층 아래에서는 119 구조대가 시루를 안고 있었다.
“괜찮아요. 병원에 데려가 보세요.”
그 말은 구원이었고,
나는 시루를 안으며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.
그러나 그 감정, 그 절규, 그 체온은 전혀 꿈같지 않았다.
“꿈은 무의식이 의식에게 보내는 상징의 편지다.” – C.G. Jung
이 꿈은 단순한 불안의 표출이 아니라
내 무의식이 나에게 건넨 깊은 상징의 구조였다.
시루는 단지 반려동물이 아니다.
그는 나의 자기(Self),
즉 무의식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본질적인 자아의 형상이다.
20층은 의식의 세계,
추락은 무의식으로의 하강,
다시 일어선 시루는 회복과 통합의 가능성이다.
이 꿈은 파괴의 악몽이 아니라,
내가 나를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본능의 외침이었다.

또 하나 중요한 상징이 있다.
여자친구의 존재.
그녀는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니마(Anima),
즉 내면의 감수성, 감정, 직관의 상징이다.
그녀가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다가,
끝내 울며 달려가는 모습은
내 감정 인식 능력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장면이었다.
“무의식은 이미지로 말한다. 그 언어를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.” – C.G. Jung
이 꿈은 나에게 말했다.
고통을 마주하더라도,
무너져도, 추락해도,
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.
시루는 다시 일어났고,
나는 그를 안았다.
당신의 시루는 어디에 있는가?
그는 아직 절뚝이며,
당신을 향해 걷고 있지는 않은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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